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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 하지마"..오피스텔 주인의 윽박

혜안정 2013. 10. 31. 13:47

머니투데이 송학주기자][높은 수수료 노린 중개업자 '전세권설정 등기' 부추겨…세입자 보호대책 시급]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근의 한 오피스텔 건물. 업무용 오피스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섞여 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올 12월 결혼을 앞둔 강모씨(36)는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다보니 지레 포기하고 오피스텔에 신혼살림을 차리기로 했다. 크기는 작지만 냉장고, 세탁기, 에이컨 등이 빌트인돼 있어 따로 살림을 장만하지 않아도 되고 전셋값도 저렴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강씨는 지난 주말 서울 영등포구와 양천구 인근 중개업소를 돌아다닌 끝에 목동의 한 오피스텔 37㎡(이하 전용면적)를 계약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강씨가 고른 오피스텔은 전세가 1억2000만원.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과 걸어서 10분 거리로 주변 편의시설도 좋았다.

 계약을 하기 위해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온 집주인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야 계약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강씨가 항의했지만 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중개업자도 "오피스텔은 당연히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며 "전세권설정 등기를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괜찮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등기비용 40만~50만원은 세입자가 내야 하는 조건이었다. 강씨는 "아무리 관행이더라도 전입신고를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등기비용까지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통 마음에 들지 않아 계약을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는 불법적 관행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준주택인 오피스텔이 주거·업무용에 따라 집주인이 누리는 세제혜택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다.

 통상 전세 세입자는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도록 입주와 동시에 동주민센터에 전입신고를 한 뒤 확정일자를 받는다.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 오피스텔 전세계약은 전입신고 대신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한다. 관행처럼 불법적인 임대차계약이 성행하는 것이다. 오피스텔은 업무용으로 쓸 때 집주인에게 돌아가는 세제혜택이 많다. 업무용인 경우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오피스텔 건물가액의 10%인 부가세도 돌려받는다.

 반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면 세무당국이 해당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판단, 부가세 환급분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집주인은 1가구 다주택자가 돼 양도소득세가 중과된다. 오피스텔 소유주들이 전입신고를 못하게 하는 이유다.

 여기에 부동산중개업자들도 편법계약을 부추긴다. 업무용오피스텔로 전세거래를 하면 중개수수료가 거주용보다 3배나 높기 때문이다. 거주용오피스텔의 중개수수료는 전셋값의 0.3~0.5%지만 업무용은 0.9% 정도를 받는다.

 문제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동시에 주민등록법을 어겨 주민등록이 말소되는 불이익도 당할 수 있다. 따로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으면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보증금을 날릴 수밖에 없다.

 이영진 고든리얼티파트너스 대표는 "전입신고는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임에도 오피스텔 주인들이 세금을 안내려고 편법을 부추기고 있다"며 "물론 오피스텔 이용실태를 전수 조사하기에는 인력부족 등 한계가 있겠지만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 송학주 기자 | 입력 2013.10.31 08:06